착하지만 모자랐던 형,
헬로비전 셋톱박스 UHD Red를 기억하십니까?
근래 보기 드물게 채널 녹화도 가능하고 넷플릭스를 지원하는 등,
지역 케이블 회사가 만든 셋톱박스임에도 다양한 잔재주(?)를 부려왔지만..
저세상 부팅속도와 렉 걸린듯한 리모컨 반응 속도에 탄식하는 사용자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저도 그 중에 하나였지요.. ^^
[부팅을 기다리는 헬로비전 셋톱 사용자.gif]
그런데 요번 9월!
그 말많던 탕자가 개과천선해서 돌아왔습니다!!!
안드로이드 10, 브로드컴 CPU, 3GB 메모리 등의 꽃가마를 타고 말이죠~^^
물론 꽃가마가 조금 호박꽃스럽긴 하지만...
과거를 생각해보면 개룡셋(개천에서 용난 셋톱)으로 거듭났더랬습니다. ㅎㅎ
1. 수직상승한 스펙
1) CPU 성능이 대단해졌습니다.
헬로비전 UHD2의 중앙연산장치는 브로드컴의 BCM72160 모델이며, 무려 24,000 DIMPS의 속도를 자랑합니다.
숫자로만 봐서는 얼마나 좋아졌는지 감이 안오시죠?
위 표처럼 다른 통신사의 현행 셋톱박스와 비교했을 때 아예 압도할 수준의 차이입니다.
사실 CPU의 연산능력이 좋다고 무조건 더 나은 건 아닙니다. 좋은 스펙과 + 소프트웨어가 얼마나 안정적인 하모니를 이루느냐가 관건이겠지요.
(금덩이로 뽀로로 동상을 만들어놓았다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ㅎㅎ)
다행히 실제 반응속도(채널전환, UI 랜더링)은 스펙 값을 톡톡히 합니다!
2) 안드로이드 10.0 버전을 탑재했습니다.
국내최초이자.. 케이블 셋톱박스 중에서는 세계최초인데
헬로비전은 이 사실이 매우 자랑스러웠는지 광고물에 빠지지 않고 강조하더라고요^^;
[그것이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라 해도... 진주는 좋은겁니다]
전세계에서 안드로이드 10을 도입한 셋톱박스는
덴마크 Altibox, 포르투칼의 MEO 정도이니 충분히 자랑할만합니다^^;
국내 메이저 3사의 현행 셋톱박스는 8.0(오레오)에서 ~ 9.0(파이) 수준이니, 헬로비전은 유행의 선도주자라 할 수 있지요.
3) 전력 소모는 개선....된 걸까요?
능동대기전력이 아직도 무려 12.8w나 됩니다.
기존 UHD Red에 비해 29%나 개선되긴 했지만, 메이저 통신사들에 비해서는 아직도 역부족입니다.
[메이저 3사의 메인스트림급 셋톱박스와는 차이가 큽니다]
4) 저세상 부팅속도가 -> 이승으로 돌아왔습니다.
기존 UHD Red의 콜드부팅(아예 전원을 차단한 후 다시 부팅) 시간은 무려 88초로..
영겁의 시간을 지나야 겨우 화면이 소환 되었습니다.
거의 저승과도 같은 속도였죠...
이번에 등장한 UHD2 셋톱박스는 콜드부팅 시간이 약 50초로,
메이저 통신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셋톱박스를 상시 전원에 연결해 놓기에 콜드부팅을 겪는 일이 드뭅니다.
상시전원 연결 시에는 셋톱박스를 OFF 시킨다 해도 stand-by ↔ 웜부팅(빠른 부팅)이 이뤄지거든요?
하지만 웜부팅 속도 또한 기존 셋톱박스에 비해 약 50% 정도 빨라졌으니 차이를 확연히 체감하실 수 있을 겁니다.
2. 여전히 투박한 외관 살펴보기
성능은 정말 좋아졌습니다만
외관은 빈티지 + 육중함을 자랑합니다 ㅠ
오늘날 메이저 셋톱박스들이 미니멀리즘을 지향하고 있어 투박함이 더욱 두드러지죠.
[좌측부터 : LG헬로비전 UHD2 / SK 스마트3 / LG유플러스 UHD3
"초소형"에 목숨 건 경쟁사 셋톱박스들 덕에, 쓸때없는 존재감(?)이 느껴집니다]
무기로 써도 손색없는 우람한 크기!
곡선과 직선이 수려하게 어우러진 간석기st 디자인!
딱 4년 전에 나왔으면 무난했을 모습입니다 ^^; ㅎㅎㅎ
[위에서 아래로 : SK → LG유플러스 → LG헬로비전.
3층 석탑을 쌓아놓으니, 우람한 크기가 더욱 빛(?)을 발합니다]
물론 한덩치 하는 게 꼭 단점은 아닙니다.
셋톱박스가 소형화 된다는 것은 발열을 해소할 공간도 협소해진다는 의미입니다.
제 아무리 ARM 기반의 저전력 CPU를 사용한다 해도 발열은 필연적이죠.
셋톱박스 제조사들은 발열 vs 크기라는 이율배반적 관계에서 적당한 타협점을 찾아야 할 겁니다.
[국내 최소형인 KT의 UHD4(M770)셋톱박스는 발열 + 스펙을 포기하고, 미니멀리즘을 얻었지요
무려 50도를 넘나드는 손난로급 발열을 자랑합니다.]
기존 셋톱박스에 비하면 무려 23%나 작아지긴 했습니다 ㅎㅎ
UHD Red 셋톱박스는 윤봉길 의사의 도시락 폭탄 만큼 거대했었지요...안중근 의사의
불필요한 디자인을 생략하고, 무광 ABS 소재를 사용하였습니다.
계속 보다 보면, 말끔하니 무난해 보이더군요.
광출력, HDMI, USB 등 '있을 만한 포트'는 모두 존재합니다.
다만 원가절감인지.. 혹은 딱히 필요없다 생각했는지,
USB 포트가 무려 백제시대에나 썼을 법한 2.0규격이네요.
메이저 통신사와 달리 헬로비전의 셋톱박스들은
이더넷(Ethernet) 단자 대신 RF(케이블)로 통신을 주고 받습니다.
(추후 이더넷 기반의 파생모델도 제작될 예정입니다)
리모컨은 메이저 통신사 뺨칠 정도로 그립감이 좋고,
적절한 체구에, 편리한 단축키를 제공합니다.
UHD Red에서 제공하던 리모컨보다 2cm 정도 키가 줄었는데 이게 참 황금비(?)입니다.
단축키(핫키)도 정말 편리합니다.
아이들나라, 유튜브, 넷플릭스 등 "주요 서비스" 들을
리모컨 상단에 전진 배치한 덕에 메뉴 접근성이 좋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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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
1) Bluetooth 4.2 업그레이드 + 2) FCC(신속채널전환) 개선 + 3) 셋톱박스 스펙 향상
이 3가지가 버무러지면서 전반적인 이벤트 반응 속도가 현저히 빨라졌습니다.
UHD Red에 비하면 환골탈태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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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리모컨 하단의 AUX 단자가 사라졌어요...
따라서 새벽에 조용히 TV를 봐야 될 때에는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연결해야 된답니다 ㅠ
뭐 요즘 가정마다 블루투스 이어폰 한 개쯤은 다 있잖습니까!?ㅎㅎ
물론 전 없읍니다,,,
[이어폰 한 짝만 줍쇼,,]
3. 주시할 요소들
1) 안드로이드 10의 위대한 앱 지원
국내 안드로이드 셋톱박스 중 가장 많은 TV 앱(플레이스토어) 지원이 가능합니다 ^_^
이것이 바로 안드로이드 10의 위엄 아니겠습니까?
LG유플러스의 UHD3에서조차 미지원 하는 웨이브(Wavve)도, 헬로비전에서는 정상 작동됩니다.
2) 알짜배기 리모컨 기능
단축키(핫키)는 물론이고 때려넣을 수 있는 건(?) 다 때려넣었더군요.
특히 방향키를 아주 쏠쏠하게 사용하게 만들었습니다.
↑ : 시청하고 있는 프로와 관련된 검색어로 VOD를 추천해줍니다
↓ : 시청하고 있는 프로와 연관된 VOD를 추천해줍니다.
← : 서비스하고 있는 전체 채널을 프리뷰 할 수 있습니다.
→ : 인기 VOD를 추천해줍니다.
제가 '요트원정대' 라는 프로그램을 시청 중인데,
출연자인 최시원과 장기하가 연관검색어에 뜨더군요!
그리고 해당 검색어를 누르면 그 인물이 출연했던 VOD를 자동으로 추천해줬습니다.
이렇게 VOD를 원활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다른 말로는.. 많이 팔려고! ^^)
다양한 방법으로 유도를 하고 있습니다.
어느 하나 빠짐없이 버튼을 야물딱지게 사용하는 모습은 진심 경이롭습니다.
SK의 '나만의 버튼 단축키'는 몇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미작동인데 말입니다. ^^;
메이저 통신사들도 리모컨 UI 개선에 힘썼으면 싶습니다.
3) 부모의 영원한 로망, 아이들나라

LG 아이들나라와 유튜브 키즈만 있다면,
우는 아이 뚝! 그친다는 옛 속담이 있습니다 (거짓말)
아이들나라는 명실상부 국내 통신사 키즈 콘텐츠 중 만족도 No.1을 자랑하는데,
CJ헬로비전이 LG에 합병되면서 (그래서 LG헬로비전이 되었죠) UHD2 셋톱박스에 아이들나라가 탑재되었습니다.
이 기능 하나면 자녀들에게 사랑의 편지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4) 오늘은 내가 우리집 주치의
특이하게도 중년 - 특히 건강에 관련된 탭이 있습니다
과거 LG유플러스에서 '브라보라이프'라는 네이밍으로 제공되던 것인데..
LG에서 반응이 영 시원찮았는지 '아이돌 라이브'로 바뀌었다가, 지금은 또 '스마트홈트'라는 컨텐츠로 바뀌었어요~
(미지근하면 살아남기 힘든 콘텐츠 세상입니다 ㅠ)
즉, 현재는 LG 헬로비전에서만 제공되는 콘텐츠라 나름 희소하다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희소성과 재미는 상관관계가 없지요^^;
5) 훨씬 빠릿해진 유튜브
[2160p (4K) 영상 지원도 당연히 오케이입니다]
안드로이드 기반 셋톱박스 답게 유튜브도 지원합니다.
물론 UHD Red 셋톱박스도 유튜브 앱을 지원하긴 했으나
반응 속도가 심각하게 느려터진(;;;) 탓에 거의 사용을 안 했거든요?
이제는 셋톱박스가 빠릿해지니, 유튜브 앱 접속은 물론이거니와 검색이나 영상 시청도 스무스해졌습니다.
이래서 CPU CPU 하나봅니다....
6) 무의미한 크롬캐스트 빌트인
안드로이드 셋톱박스와 크롬캐스트 Built-in(캐스트 전송기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이지요!
다만 요게 좀 유명무실 합니다 ^^;
연결할 단말기기들이 같은 네트워크 안에서 묶여야 캐스트 전송이 가능한데, 헬로비전 셋톱박스는 RF(케이블)단자로 독립 연결되기에 같은 네트워크에 묶일 수가 없습니다 ㅠ
연말에 이더넷 연결이 기반의 파생 모델에 출시될 예정이니, 후일을 기약해야겠습니다.
7) 넷플릭스는 부재 중..
빠르게 출시하느라 넷플릭스는 저~기 칠곡 휴게소에 두고 왔나 봅니다. ㅠㅠ
대략 11월 중에 업데이트 예정이라니 조금만 기다려보자구요!
일단 업데이트만 된다면.. 시청 품질은 당근빳따입니다!
LG헬로비전 / LG유플러스의 백본망에는 모두 넷플릭스 캐시서버가 존재하기에, 육양 해저케이블 타고 해외망을 경유할 필요가 없습니다.
20년 12월 22일, 드디어 업데이트가 완료되었습니다!!
쾌적하게 넷플릭스 시청 가능!
4. 총평
기존 UHD Red와 대비하면 족히 2~3세대를 뛰어넘는 향상입니다.
메이저 3사(SK, LG, KT)를 뛰어넘는다고는 못하지만,
거의 대등한 수준이라 평하고 싶습니다.
사실 저는 이 '대등함'만으로 눈이 튀어나올 만큼 놀랍고 기특합니다.
애초에 메이저 vs 지역케이블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입니다.
모름지기 통신사들이라면 죽여주는(?) 스펙, 다양한 콘텐츠의 팔방미인 셋톱박스를 공급하고 싶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수요 차이 = 생산량 차이 = 제조비용 차이를 야기합니다.
LG헬로비전 뿐만 아니라 3계위 통신사(지역케이블)들은 이 '규모의 경제'에게 발목 잡혀 있었습니다.
이 제약된 환경에서
이 정도 수준의 셋톱박스를 출시한 것이,
어찌 대견하지 않겠습니까?
장점 :
1) 국내 통신사 중 최고 수준의 두뇌를 가진 셋톱박스
2) 안드로이드 10.0 도입, 넓은 앱 생태계
3) 메이저 통신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반응속도 (부팅, 채널 전환, 인터페이스 반응)
4) 제법 공들인 티가 나는 리모컨
5) LG유플러스 킬러콘텐츠인 '아이들나라' 그대~로 이식
단점 :
1) 아직도 부족한 전력효율
2) 오늘날의 감성을 따라가지 못하는 크기/외관
3) 내부 네트워크 귀속 불가
4) 넷플릭스 도입 전 출시하는 성급함(?)
몇 가지 측면에서 탕자의 끼(?)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긴 하나, 너무 성급하면 탈 나지요 ㅎㅎ
가슴으로는 : 100점 만점에 105점
머리로는 : 100점 만점에 80점을 주고 싶습니다.
때때로 골리앗의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다윗이 되어 주었으면 합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주 정확하고 예리하신 분석입니다ㅎㅎ
말씀하신 문제(?)의 원인은 런처(launcher) 차이 때문이에요.
오늘날 시판되는 셋톱박스들은 각자 고유한 운영체제를 가집니다.
UHD2는 AndroidTV 기반이고, HD는 AOSP 기반이지요.
하/지/만/ 통신사에서 셋톱박스를 시판할 때에는 → 순정 운영체제 위에 별도로 구동되는 앱을 실행합니다. 이게 바로 런처라 이해하셔도 무방해요 😊
문제는 -통신사마다 차이가 있겠습니다만- 런처의 버전 관리 체계가 일관성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점이에요;;
즉 셋톱박스마다 런처가 다르고, 이 런처의 UI 유지보수 상태에 따라 해상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지요.
아마 UI(인터페이스)의 화질이 다소 열화되어 있어도 → 실제 콘텐츠 감상시에는 열화연상없이 제대로 구동되실 것으로 짐작합니다~!
혹시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편히 말씀해 주시고요,
추후 다른 곳에 인터넷, TV 가입이 필요할 때도 저희 백메가를 찾아주신다면 정말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