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기 KT 기가지니2에 대한 고찰 (CT1101)

​IT회사들은 때때로 제품이 아니라 환상을 팝니다. 그럴듯한 기술을 + 과장으로 버무린 후 + 광고로 이쁘게 포장하면 환상의 세계가 펼쳐지기 마련이죠. 자! 여기에 상업 블로거까지 대규모로 동원하면 대한민국 포탈 사이트에는"무조건 짱이다!" 논조의 리뷰로 가득찹니다! (보고있냐 네이버?) 언젠가 거품이 꺼지면, 현실이 드러나지요.

[한 때 열풍이었던 3D TV는, 거품가득한 환상을 잘 대변하는 제품입니다 ㅎㅎ]

작년(17년 1월) 출시한 KT 기가지니도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존재함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출시 1년 만에 무려 5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지만 "사용자의 자발적 선택"보다는 공격적인 프로모션과 끼워팔기 출혈이 담보된 덕분입니다.

[미적 관점은 사람마다 제각각이겠지만, 결코 "이쁘거나 세련되었다" 라고 생각키 어렵습니다]

"인공지능"이라는 거창한 단어로 포장되었지만 결국 셋톱박스 + 음성인식 + 스피커를 버무린 제품일 뿐이고, 음성인식은 딱히 필요성을 논할 성질이 아니었으며, 일상의 편리함을 북돋기에도 부족한 면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겉모습은 투박하고 + 가격까지 비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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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올해 2월 기가지니2 (2세대)가 출시했습니다.

[그것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대격변을 거친 기가지니2의 자태] 

사실 기분 같아서는 좋은(?) 리뷰 쓰기 싫은데, 단점이 거의 존재하지 않더군요. 아예 환골탈태 했습니다 ㄷㄷ 그간 백메가의 포스팅은 각계의 숨은 고수분들과 IT전문 깨시민분들이 갖은 논쟁과 토론을 벌여주시는 장소라.. 리뷰에서 "좋은 이야기"를 하면 협찬받은 것으로 의심받을까 겁나기까지 합니다 ㅎㅎ

하지만 정말 잘 만들었습니다.

① 소재와 마감 상태 모두 나무랄 데 없고요~ 어색함 없이 조화롭게 배치되었습니다. 

[상단 패널은 플라스틱 대신, 알루미늄으로 깔끔하게 샌딩 처리했습니다. 투박한 가전제품이 아닌 "가구(디자인)" 측면으로 접근하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② 영혼까지 끌어모은 다운사이징을 실현했습니다. 세로(높이)가 16.7cm에 불과해요.

[TV장에도 들어가는 수준입니다. 가로 122.5mm / 세로 167mm / 폭 125mm] 

③ 스피커 + 음성인식 + 셋톱박스 + 각종 스마트 기능을 게걸스럽게 버무렸음에도 대기전력이 무려 4.2W 입니다. UHD급을 지원하는 셋톱박스에서 이 정도 스펙을 실현시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가격 거품을 뺀 정도가 아니라 아예 일반 UHD급 셋톱박스와 동일한 요금이라는 점입니다!

어쩌면 이번 리뷰는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 ㅎㅎ "이왕이면 다홍치마"

UHD 셋톱박스와 요금 차이가 전~혀 없으니 무조건 기가지니2를 선택하셔야 합니다!

1. 기술적 측면

KT의 셋톱박스 계보는 중국 4000년 역사만큼 유구하다해~ 그래서 보기 쉽게 정리했다해~

자, 오늘날 KT에서 청약 가능한 셋톱박스 분류는 크게 3가지이며 단일 모델로는 10여 종의 대가족(?)을 이룹니다. 하지만 다 필요 없고 기가지니2 (CT1101)가 만사 오케이겠죠?

가. 기본 스펙

통신사 통틀어 최.강.스.펙을 자랑합니다. 14,000 DMIPS 능력을 지닌 브로드컴 4코어 CPU를 탑재했고 메인 메모리도 2GB에서 → 깔삼하게 3GB로 늘렸습니다. (브로드컴 대신 하이실리콘의 Hi3798C 모델이 들어가기도 합니다)

[KT에서 돈칠갑(?)을 했다는 증거입니다] 

사실 메모리 증가의 이유는 운영체제 변경이 한몫했습니다. 가벼운 리눅스 기반에서 -> 안드로이드로 변경되었거든요? 음성인식 및 각종 스마트 기능을 구현키 위해 오픈소스 라이선스 활용이 필요했을 것이니 안드로이드 선택은 필연적이지요. 스펙 덕분에 반응속도(Latency)는 매우 빠릿빠릿합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라 해서.. 앱(어플)설치나 확장성을 기대하시면 아니됩니다 ㅠ 3rd-Party 앱설치, 루팅, 오버레이 모두 불가능합니다;;

#쉬운 한줄요약 : 무늬만 안드로이드.. 

나. 화질 

720P ~ 2160P (UHD)까지를 모두 커버하며, 2160P / 60FPS를 능히 지원합니다. 오늘날 유행(?)인 HDR도 당근 빳다죠!

하지만 하드웨어가 UHD / HDR를 지원한다 해도 여전히 콘텐츠 풀이 협소합니다. 심지어는 지상파 UHD 계약조차 요원한 마당이라 넘치는 스펙을 활용할 곳이 없네요 ㄷㄷㄷ

다. 스피커  

제법 쓸만한 20W 출력 스피커를 탑재했습니다.

[경쟁사 AI스피커와 비교하면, 매우 준수한 축에 속합니다.] 

스피커는 하만카돈 社의 음장 튜닝이 이루어졌고요 30~400MHz 저음역대를 커버하는 우퍼가 10W, 4~20KHz 대역의 고음을 재생하는 트위터가 10W 입니다.  블루투스로 연결해서 음악 재생용으로 쓰기에 좋습니다....만 보통 셋톱박스는 거실 TV 옆에 위치하기 마련이고, 막상 거실에서 음악 듣는 일은 드물기에.. 손이 안 가실 겁니다 ㅎㅎ 

라. 음성인식

냉정히 말해 시기상조입니다. 말귀 못 알아먹어서 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시키고, 말 걸지도 않았는데 가끔 혼잣말을 시전하여 납량특집 공포를 선사합니다.

기가지니2의 음성인식은 무려 20여종에 달하는 기능을 제공하긴 합니다만, 실제 여러분이 사용하실 문장은 딱! 3가지가 될 것으로 호언장담합니다.

"지니야 TV켜줘"

"지니야 TV꺼줘"

"지니야 날씨 알려줘" 

여윽시 인공지능은 위대하다해~ 

다행인 점은, 음성인식 기술과 발전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입니다. KT는 20여년 전부터 콜센터 음성 녹취 데이터를 기반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왔고 최근 딥 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도입하여 인식률을 높이는 중이지요. 지금 당장은 신통치 않지만, 1) 음성 인식률이 극대화되고 2) 다양한 인프라 확대가 담보되며 3) 3rd-Party 회사들과 아낌없는 기술 공조를 이룩한다면 '썩 괜찮은 녀석'으로 성장할 지도 모릅니다!

각종 부가 기능들에 대한 고찰은 기가지니1 리뷰를 참고해주시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참고로 기가지니1은 2세대 출시와 함께, 발 빠르게 단종되었습니다 ㄷㄷ

2. 외적인 측면

한줄 요약하자면 : 아담하고 + 이뻐지고 + 마감 상태 좋습니다!

항아리(?)같은 아우라를 풍기지만, 사이즈가 매우 작기에 전혀 어색치 않습니다. 반면 SK BTV 서라운드 우퍼는 항아리 2짝 가져다 놓은 풍채를 자랑하죠 ㄷㄷ

싸구려 ABS 플라스틱 대신 알루미늄을 아낌없이 뚜왘! 박아놨습니다.

겁나게 확대샷입니다. 샌딩 상태 굳 + 마감 상태 굳.

2013년, KT는 영국 시모워파월(seymourpowell)을 통해 디자인 정체성을 확립했습니다. 일명 올레 커브라고 불리우는 제품 아이덴티티죠.

[이게 바로 올레커브입니다만?]

과거 기가지니1은 KT 디자인 정체성과 매우 동떨어진 '이단자'였지만... 기가지니2에서 올레커브 전통(?)을 되찾았습니다.

단종된 기가지니1. KT... 당신은... 도대체...

총 5가지 색상이 존재합니다 (좌측부터 화이트, 민트, 블루, 레드, 챠콜그레이) 기본색상인 차콜 그레이가 제일 나아 보여요-_-;;

좌측은 SK의 NUGU 셋톱박스, 우측은 기가지니2입니다. 스피커에 패브릭 소재를 사용했기에

고양이털 묻기 안성맞춤입니다만, 플라스틱 + 타공보다는 → 직물 소재 심미성이 더 우수하지요!

그래서

당신께 필요한 것은

만능 돌돌이 테이프

엉덩이(후면)에는 USB - HDMI - 광출력 - LAN포트 - 전원부 - ON/OFF 버튼이 위치해 있습니다. 가만 보자... USB 규격이.... 2.0 이네요? KT가 복고풍을 좋아하나 봅니다.

이번 KT의 제품 마감은 경쟁사들이 무릎꿇고 본 받아야 합니다. 전자제품은 ABS 수지로 대강 뚝딱뚝딱 찍어내는 게 일반적인데, 기가지니2는 수지 위에 펄(Pearl) 형태의 이펙트 안료를 코팅했습니다. 오직 심미성을 위해 말이죠. 종단면도 무척이나 깔끔하게 처리되었습니다. 

위의 사진은 SK NUGU 셋톱박스입니다. 마감과 질감에서 매우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습니까?

좌측: SK NUGU 셋톱박스

우측: 기가지니2

곳곳에서 마감 차이, 디자인 일관성 차이가 두드러집니다... NUGU의 경우

1) 측면 버튼의 매트한 질감 & 상단의 글로시한 질감이 따로 노는 느낌입니다

2) 아예 버튼 단차까지 있네요

3) 패브릭이 너무 크고 거칩니다;; 때밀이 수건입니까?

믿음-소망-사랑의 하만카돈 스피커. 20W 출력이지만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음질을 뿜어냅니다.

모든 경쟁계열 제품을 한 자리에 모아봤습니다.

좌측부터

-KT 기가지니1

-LG유플러스 프렌즈 브라운 버전

-KT 기가지니2

-SK BTV NUGU

-LG유플러스 프렌즈 샐리 버전

-SK NUGU

이렇게 보니.. 오늘따라 기가지니1이 더욱 더 웅장해(안 이뻐) 보이는군요. 우주선 같기도 합니다?

AI스피커 분야에서는 LG유플러스도 포지션 구축에 성공했습니다. 네이버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 "아웃소싱 짱짱맨" 사례를 몸소 실천했고 팬시(fancy)스러운 디자인으로 온동네 귀여움을 한 몸에 받고 있죠! 하지만 7W 수준의 부족한 출력과 말귀 못 알아먹는 현상은 적지 않은 단점이에요. (안 귀여웠으면 벌써 뒤졌쓰...)

3. 논란들

가. 색감 이슈

작년부터 KT 셋톱박스 영상에 "위화감이 있다"는 문의가 적지 않았습니다, 이는 삼성전자 매뉴팩처 버전인 GX-KT600EJ, GX-KT601EL 셋톱박스에서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삼성전자의 RGB Profile이 전반적으로 차가운 느낌(Blue / Green)을 강조하거든요? 기가지니2는 가온미디어 매뉴팩처라 이와 같은 현상이 없었습니다.

UHD 2~3세대 셋톱박스들이, 어느 날부터 USB동영상 플레이가 되지 않는다는 문의가 있었습죠. 온라인 업데이트 간에 발생한 해프닝(?)이라 여기셔도 무방합니다^~^;; 현재 USB 동영상 플레이는 문제 없이 작동합니다.

다만,

1) 동영상 플레이어 전문 회사에서 제작한 앱(어플)이 아니기에 UX에 큰 기대를 하시면 아니됩니다.

2) 호환되는 코덱이 적을 뿐더러 직접 외부 코덱을 탑재하는 기능도 없습니다ㅠㅜ 비디오 포맷은 MPEG2~4 DivX4, H.263~264, Divx4~6 정도를 지원하고 있고, 오디오 포맷은 AC3 지원 / DTS 미지원입니다. (당근 라이선스 문제겠지요?)

3) SMI(사미) 이슈가 좀 있네요. 몇개 동영상은 자막을 읽지 못하는데, 변인변수를 추적하지 못했습니다 ㅠ 관련 정보를 알고 계시면 댓글로 공유해 주세요!

4. 마무으리

이 세상 모든 셋톱박스가 그러하듯 기가지니2도 임대형 장비입니다. 하지만 임대장비 주제에(?) 뛰어난 마감과 재질을 자랑합니다. 스펙도 훌륭하고 최적화도 잘 되어있습니다. 심지어 일반 UHD 셋톱박스와 요금 차이도 없지요. 아마도 KT는 기가지니2를 "판매이익" 올리는 수단이 아니라, AI스피커 생태계를 선점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았나 봅니다. 아주 바람직하군요.. (아련)

이제 우리가 할 일은 하나입니다.

대차게 질러주십시오!